멍 때리기 | 김승규 | 2021-07-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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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 (21.05.09) 아궁이에 불 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장작 타 들어가는 소리가 오묘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다가 멍하니 불만 바라봅니다. 이름하여 멍 때리기, ‘불멍’이라 합니다. 피곤도 시름도 잊은 채 흐르는 시간, 깜빡 졸음이 찾아오면 불멍의 시간은 끝이 납니다. 레져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이 야외로 갑니다. 저녁시간 불을 지피고 둘러 앉습니다. 서로가 더 소중해지는 시간입니다. 이야기도 시들해질 즈음 타고 있는 불만 쳐다봅니다. 낭만속의 불멍입니다. 이태껏 지나온 시간들이 추억이 됩니다. 함께 있어준 가족들, 살아가야 할 시간들이 새삼 고맙고 소중합니다. 어느덧 시간은 깊은 밤입니다. 교회부지를 측량하였습니다. 인접한 이웃들 역시 매의 눈으로 지켜봅니다. 교회건축에 관심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교회 이웃으로 사는 불편도 토로합니다. 5층에 올라, 벤치에 앉아 푸른 하늘을 바라봅니다. 마음 한 켠의 씁쓸함도 있지만,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웃이 있음과, 교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듣는 장로님이 있어 고맙습니다. 한결 귀가 편해지는 까닭입니다. 오늘도 5층에 올랐습니다. 5층에서 내려다 보는 맛이 꽤나 쏠쏠합니다. 화초사이로 비비고 올라오는 잡풀도 뽑고, 죽은 줄 알았던 오죽(烏竹) 가지에 피는 잎에도 눈이 갑니다. 새색시 볼마냥 화사한 꽃들에 시선이 꽂힙니다. ‘예쁘다, 좋다’ 감탄하고는 꽃잎들 사이로 흐트러지고, 잃어버린 초점, 5층의 호사스런 시간 ‘꽃멍’이라고 해야할 듯 싶습니다. 이내 꿈꾸듯 스쳐 지나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불멍을 통해서 옛 시절도 추억하고, 정서적인 안정도 취한다고 합니다. 쉴 새 없었던 생각과 행동을 잠시 접어두는 시간입니다. 새삼 아무것도 아님을 확인하는 시간, 문득 상념속에서 성도들을 만나는 시간, 은혜속에 있었음에 감사하는 시간, 하나님의 도우심을 그저 바라보는 시간, 목사의 ‘멍 때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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