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로 읽는 詩 세편 | 김승규 | 2014-10-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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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로 읽는 詩 세편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장세희. 시인 나에게 주어진 하루가 있음을 감사하렵니다.
밥과 몇 가지 반찬 풍성한 식탁은 아니어도, 오늘 내가 허기를 달랠 수 있는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음을 감사하렵니다.
누군가 나에게 경우에 맞지 않게 행동할지라도 그 사람으로 인하여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음을 감사하렵니다.
태양의 따스한 손길을 감사하고, 바람의 싱그러운 속삭임을 감사하고, 나의 마음을 풀어 한 편의 시를 쓸 수 있음을 또한 감사하렵니다.
오늘 하루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났음을 커다란 축복으로 여기고, 가느다란 별빛 하나 소소한 빗방울 하나에서도 눈물겨운 감동과 환희를 느낄 수 있는 맑은 영혼의 내가 되어야겠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김용범. 시인 도토리 먹을 때마다 참나무를 위해 묵념하라. 도토리 몇 알을 떨어트리기 위해 가혹하게 참나무를 두들겨 팬 치사한 인간들을 용서하라고 마음으로부터 회개하며 젓가락을 들어라.
그대로 놔두면 제 스스로 떨어질 도토리를 그냥두지 못하고 함머나 돌덩어리로 마구 두들겨 패는 매정한 인간들아, 묵묵히 고통을 참으며 두들겨 패는 만큼 도토리를 떨구어 주는 참나무를 기억하라.
식탁에 올라온 도토리 묵을 먹을 때마다 잠시 젓가락질을 멈추고 잠시 참나무를 위해 묵념하라. 그 나무 밑동의 흉측한 상처를 기억하라.
도토리 묵을 먹을 때마다 다람쥐와 청설모에게 감사하라. 그들의 겨울식량을 쌔벼다 먹는 인간을 용서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미안합니다. 조남명. 시인 아침에 나와 하루 일할 곳 있어 두 발로 혼자 걸어 나올 수 있어 그렇지 못한 이에게 미안합니다.
소리내어 웃을 수 있어 밥을 내 손으로 먹을 수 있어 그렇지 못한 이에게 미안합니다.
남 이야기 듣고 내 이야기 줄 수 있어 어디든 보며 갈 수 있어 그렇지 못한 이에게 미안합니다.
들어 살 수 있는 허름한 집 있어 그 안에 의지하며 사는 가족이 있어 그렇지 못한 이에게 진정 미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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