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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해바라기 김승규 201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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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fmc.onmam.co.kr/bbs/bbsView/12/3160836

옥상의 해바라기
(13.10.06)

7~8년 전인가, 더위가 끝나고 가을 초입에 들어서던 때, 나는 교회의 넓은 공지에 코스모스 씨를 뿌린 적이 있다. 시골의 길가로 활짝 핀 코스모스가 지나는 차들을 반기고 보는 이들의 마음에 무지개 빛 가을의 추억을 만드는 때에 꽃씨를 뿌렸으니 재정신이 아니고서야 누가 그 때에 꽃씨를 뿌릴 것인가?

씨앗을 뿌려놓고서도 괜한 짓을 했구나 싶어 더 많은 관심이 갔던 것이 사실이다. 싹이 나고 자라는 것으로 만족해야 될 것이라 생각하며 사실 꽃을 보려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쌀쌀한 날씨, 겨울을 재촉하며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기온속에 모든 식물들이 스러져갈 때에 가냘픈 모습으로 올라온 코스모스 한 대공마다 꽃 몽우리가 맺히는 것이 아닌가? 작은 것은 10cm정도 키가 큰 것은 기껏 20cm정도씩 자라 꽃 몽우리가 꼭 하나씩 맺힌 것이다. 얼마나 놀랍고 신기하던지 매일 매일 꽃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생겼다. 제철에 심었던 코스모스들이야 50cm이상 또는 1m이상씩도 자라고 무수한 곁가지들과 거기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코스모스를 피우며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야 장관이 아닐 수 없지만 가을초입에 심어 기대조차 할 수 없었던 코스모스이기에 신비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기껏 한 대공에 꽃 한송이씩을 피웠지만 코스모스가 아닌 또 다른 종의 꽃을 보는듯한 묘한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뿌려진 코스모스의 씨앗들은 심어진 때와 빠르게 다가오는 겨울의 기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온 몸으로 기온과 바람, 그리고 뜨거운 여름과는 확연히 다른 가을의 햇볕을 느끼며 최대한 빨리 꽃을 피우고 사라져야 함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해 점점 더 쌀쌀해지는 기온을 이기며 작은 들꽃 군락처럼 피어난 코스모스의 생명력과 아름다움, 코스모스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금년 봄 주변 이웃들에게 꽃씨를 나누어주고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꽃씨 한 봉지를 발견했는데 그 것이 해바라기 씨앗이었다. 해바라기 씨앗을 뿌릴 시기가 훨씬 지났지만 오래전 코스모스 씨를 뿌렸던 기억이 되살아나 봉지 안에 들어있는 스무 알의 씨앗을 정성껏 심었다. 12개의 씨앗이 싹을 틔웠고 그 중에 11개를 화단에 줄 따라 옮겨 자리를 잡게 했다. 해바라기 씨앗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두 달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싹을 틔우고 자라나 꽃을 활짝 피운 것이다. 자연의 생명력이 놀랍고 때를 알아 차려 서둘러 자라고 급히 꽃을 피우는 것이 기이하기만하다. 해바라기는 흔한 것이지만 옥상에 심겨진 해바라기는 또 다른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꽃의 사명은 활짝 피어나 보는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씨앗을 남겨 종족을 보존해야 하는 것이리라. 더 추워지기 전 빠른 시간에 꽃을 피워야 했기에 갸날픈 모습으로 힘겹게 꽃을 피워 사명을 다하고 있는 해바라기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찾아오는 이들에게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를 통한 경험을 이야기해주노라면 당신들도 그렇게 치열하고도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속삭임을 들려주는 듯 하다.

한 두 주간 꽃을 피우고 씨앗으로 남겠지만 가만히 살펴보며 하늘 향해 활짝 핀 해바라기를 감상하시라. 늦었다고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 계절과 기온을 알아채고는 시간에 맞추어 꽃을 피워내는 놀라운 적응력과 순발력을 생각하고 본다면 깊은 감동이 느껴질 것이다. 가을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절기로서의 가을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감사로 채워지는 특별한 가을이 되기를 기도한다. 이 땅에 귀한 생명으로 보내시고 우리를 통해 기쁨과 영광을 기대하시는 하나님 앞에 내놓을 것, 보여드릴 것이 있던가? 그리스도인은 사명에 사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아름답고 복되게 하는 사명, 많은 사람들을 주께로 돌아오게 하는 사명, 그들로 하여금 예수안의 풍성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사명이다. 사명은 우리 인생을 아름답고 가치있게 한다. 하나님께 기쁨을 올려드리는 가을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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