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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에 관하여 김승규 201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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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fmc.onmam.co.kr/bbs/bbsView/12/3160835

호칭에 관하여
  (13.09.29)


결혼을 한 부부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

여보, 당신, 자기, 오빠, ○○야, 또는 별명을 부르기도 한다.

부르는 호칭에 따라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존중받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사랑받는 느낌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어감도 있다.

우리 부부는 결혼과 동시에 여보, 당신으로 호칭했다. 얼마나 어색하고 낯설던지, 젊은 20대 부부로 만난 우리가 여보, 당신으로 불러놓고는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한 번 부르기가 어려웠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부르기로 결심하고 부르고 나니 조금씩 수월해지고 쉽게 적응이 되었다. 주변에 성도들은 젊은 전도사 부부가 결혼하자마자 여보, 당신하는 것이 신기한듯 쳐다보기도 했고 닭살 돋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보(女寶)』는 남자, 여자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지만 사실 남자가 여자를 부르는 호칭으로서 ‘보배와 같이 소중하다.’는 의미다. 그에 반해 『당신(當身)』은 여자가 남자를 부르는 호칭으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내 몸과 같다.’는 의미인데 오늘날에는 남, 여를 구분치 않고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서로 존중하는 호칭이 되었다. 가볍게 이름을 부르거나 또는 사랑스럽게 들려지는 호칭이지만 ‘자기’로 부르지 않은 것 또한 잘한 일인 듯 싶다.

호칭은 서로 의견차이나 갈등으로 인해 마음과 행동이 불편해질 때도 지켜야 할 선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 있었고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했다.

옛 어른들은 자식의 이름조차 함부로 부르지 않았다. 특히 자식이 장성하면 이름을 불러도 신중하게 불러주었고 아니면 첫째, 둘째로 호칭하는가하면 자식이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손주를 얻게 되면 ○○애비, 사위 같으면 김서방 등으로 불러주었다. 더군다나 아랫사람의 입장에서 어른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없는 불경이었기에 상대방에게 부친의 이름을 일러줄 때에도 격식에 맞추어야 했다.

믿는 자들을 통칭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은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 그리스도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교회내에서 부르는 호칭에 관하여도 조금 더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언제부터인가 교회 안의 호칭을 불러주기보다 일반인들처럼 이름을 부르고, 공식적인 모임에서도 그렇게 부르는 모습을 보며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교회와 교회 구성원인 성도들은 교회에서 통용되는 호칭으로 예의와 존중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서로를 잘 아는 두 사람만 있을 때에야 부르는 호칭을 조금 편하게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모든 상황속에서 성도, 집사, 권사, 장로, 목사등으로 부르는 것이 좋다. 불러주는 호칭에 따라 관계는 더 신중해지고 신앙의 책임성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여러 세대가 한 교회를 섬긴다는 것은 은혜요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모들 또한 장성한 자녀 세대들을 부를 때 직접적인 이름을 부르기보다 직분을 통해 부르는 것이 좋다.

김춘수는 그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 라고 노래한다. 부르는 것에 따라 아름다운 꽃도 되고 거북하고 불편한 그 무엇이 되기도 한다. 자식일지라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호칭하라. 불러주는 호칭에 따라 그 것을 보는 다른 이들도 당신의 자녀를 존중하며 대하게 될 것이다. 가정을 이루고 손주, 손녀를 안겨준 장성한 자식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교회안의 성도와 성도들의 관계속에서 직분으로 부르는 호칭이 낯설다면 이 것도 훈련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말 한마디, 또 불리워지는 호칭 하나 하나로 인해 서로의 관계가 묵직해지고 어른스러워지며 튼실해진다. 성도들의 신앙관계가 호칭으로 인해 따뜻함을 느낄 뿐만 아니라 주님으로 인하여 관계가 엮어지며 동역자임을 확인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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