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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금질 김승규 201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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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금질
(13.05.19)



생각을 따라 어린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대장간의 망치소리가 들린다. 대장장이 아저씨가 병으로 돌아가신 후로 대장간의 망치소리가 멈추고 결국엔 대장간의 모습도 흔적없이 사라져버렸지만 성당으로 올라가는 언덕배기에 있었던 대장간의 모습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추운 기운이 가시고 봄 기운이 느껴지는 때가 되면 대장간의 망치소리는 더더욱 요란해지곤 했다. 호미, 곡괭이, 낫과 같은 농기들을 손질도 하고 새롭게 만드느라 분주한 까닭이었다. 풍로를 통해 참숯의 불이 벌겋게 올라오면 거기에 쇠를 달구어 망치질을 하고 찬물에 담구었다가 다시 풀무에 쇠를 달구고 그리곤 다시 두들기는 것이다.

이렇게 반복하는 까닭은 도구의 모양을 만들어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지만 불에 들어가고 물에 들어가는 여러 번의 과정을 반복해야만 단단하고도 야무진 농사도구가 만들어지는 까닭이다. 높은 불에 달구어진 금속을 망치로 두들기다가 찬물에 담가 급속히 식히는 과정을 담금질이라 하는데 인내와 수고를 담보로 하는 여러 차례의 담금질없이 좋은 농기구가 탄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쉽고 빠르게 하려는 시대에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담금질은 낯선 용어가 아닐 수 없다.

제주도의 한림공원은 서부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제주여행의 종합선물세트라 불리우는 곳이다. 1971년 송봉규 회장이 10만 여평의 불모지 땅에 야자수 씨를 뿌리면서 시작된 한림공원은 각종 아열대식물, 선인장 군락, 쌍용동굴, 분재원등을 조성하여 년간 100만 명이 찾는 곳이 되었다. 처음 한림공원을 시작한 송봉규 회장은 무슨 생각을 가졌을까 싶다. 긴 긴 시간동안 식물을 심고, 그림이 그려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공원의 모습을 상상하며 온갖 괴로움과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세월과 정성이 오늘의 한림공원을 만들었다. 사람들의 수군거림, 개척자로서의 막막한 시간들, 계획과 어긋나는 실패, 숱한 난관들은 그가 넘어야 할 산이었으며 아름다운 아열대공원을 만들기 위한 담금질의 과정이었다.


거제도의 학동 몽돌해수욕장 건너편으로 마주 보이는 외도는 거제군 일운면 와현리 산 109번지 일대 4만 4000여 평의 섬으로 지금은 외도 보타니아로 불리운다. 고인이 된 이창호 씨와 최호숙 부부가 1969년 구입하였고 1976년 관광농원으로 허가받아 가능한 원시림을 살리면서 수목원을 조성했다. 외도에서 자생하는 동백나무 외에 아열대 선인장, 코코아 야자수, 종려나무, 부채선인장 등 1천여 희귀종을 심어 온대와 열대식물원이 조화를 이루는 낙원으로 일구었다. 심술궂은 바다의 비바람과 변덕스런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죽고 시들어 버리는 식물들을 심고 또 심으며 지금의 외도 보타니아로 만들기까지의 시행착오는 사진을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이창호 씨와 부인 최호숙 씨의 37년 세월은 불에 달구워지고 찬물에 담겨 식어지는 담금질의 과정이었으며 이를 통해 아름다운 외도 보타니아가 우리 곁에 오게 된 것이다. 그분들의 수고를 통해 직접적인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그 후손들이라면 계산 할 수 없는 그 아름다운 섬 외도 보타니아를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음은 그 분들의 수고가 가져다 준 또 다른 선물이다.

쉬운 것은 없으며 짧은 시간안에 깊은 감동을 가져다 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땀 흘리는 수고와 인내를 바탕으로 성공과 실패의 거듭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물이야말로 감동이다.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믿음은 신앙의 담금질을 통해 단련된 이들의 곧은 심지라 할 수 있으며 이들의 거룩한 목표는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의 여정에 있다. 하나님의 말씀위에 세워지는 사람이 되고 그 분의 섭리와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신앙의 담금질을 거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도하는 낙타무릎이 되고, 세상가치와는 또 다른 믿음의 가치를 붙잡기 위하여 내려놓아야 할 것들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조명받는 삶이야말로 이 시대를 제대로 살아내는 것이리라.

이 시대에 쓰임 받는 도구로 삼으시려는 하나님의 망치질과 담금질에 기꺼이 내어 맡겨 드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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