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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Well-Dying 김승규 201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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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Well-Dying

김승규 목사(큰나무교회)

10년 전 쯤 부교역자로 섬기던 교회의 한 여자 권사님이 93세의 일기로 돌아가셨을 때 많은 이들은 권사님의 죽음을 슬퍼하기 보다 ‘복되다’ 하며 부러워하였다. 교회가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지날 때 힘에 넘치는 헌신의 본을 보여주셨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절제된 삶의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았던 권사님이었다. 평생 하루 두 끼의 식사로 소식의 삶을 사셨던 권사님은 돌아가시기 1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셨으며 오랫동안 섬긴 교회를 떠날 수 없다하여 자녀들의 요청을 뿌리치고 홀로 사셨다. 그 해 유난히 기력이 떨어지셔서 힘든 기색을 보이시던 권사님은 자신의 집을 방문한 딸들과 함께 농협하나로 마트에 장을 보기 위해 가셨다가 힘들다며 주저앉으셨고 딸들은 어머니를 병원으로 옮겼다. 나는 그 날 교회의 담임목사님을 모시고 급히 병원에 들렀는데, 손을 잡아주며 기도해주기 위해 달려온 담임목사님의 방문에 감격의 모습이 역력한 권사님은 온 힘을 다해, 몇 마디의 말로 고마움을 표시하고는 오래지 않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병치레 한번 없이 사는 날 동안 거동에 불편함 없이 살다가 그날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니 누군들 부러워하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그리스도인의 Well-Dying의 모습이었다.

사실 Well-Dying은 영어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조어다. 웰 다잉은 ‘잘 죽는 것’으로서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여 인생을 잘 마무리 짓자는 것이요 죽음을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하자는 운동이다.

죽음은 인간의 마지막 영원한 숙제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두렵게 다가온다.

그런까닭에 젊어서는 남의 일처럼 여기며 살고 또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죽음의 실체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을 때에도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려 한다. 그토록 두렵게만 여겨지는 죽음의 이면에 몇가지 문제가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하나는 죽음에 앞서 찾아오는 질병의 고통이다.
질병으로 인해 온 몸이 쑤시고 잠을 이룰 수 없는 고통의 날 들이 계속되고 길어지는 것, 온 몸의 근육이 풀어져 앙상한 몰골만 남게 되는 것은 물론 눈동자마저 초점이 흐려져 그 초췌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다른 하나는 자신으로 인해 가족의 삶 전체가 흐트러지고 왜곡되어 버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식들에게 커다란 짐이 되어 부부간에 싸움이 일어나고, 가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다툼의 원인제공자가 되는 일들에 대하여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사람들은 죽음의 두려움에 대하여 속수무책이다. 그나마 사람들이 노년을 준비한다고 하는 것이 경제적인 준비를 해야겠다는 각성과 실천이요, 노후를 위하여 적금을 들고 연금을 준비하며 함께 노후를 보낼 곳과 사람들을 찾는 움직임인데 이 것이 인간의 할 수 있는 한계다.


93세에 죽음을 맞이한 노 권사님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웰 다잉의 삶을 보여준 것은 질병없이 사시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목사님과 따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안히 떠났기 때문이 아니다. 이 것은 우리가 소망한다고 되어지는 일이 아니라 은혜중의 은혜일 뿐이다.

평생 섬겼던 교회를 두고 노년에 자식들 곁으로 갈 수 없다는 그 마음, 주님을 사랑하며 따라 배운 온유함과 겸손, 흐트러지지 않았던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경건과 절제된 삶,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았던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구원의 은혜가 말과 행동 하나 하나에 그대로 배어있었던 노 권사님이었다. 그런까닭에 죽음은 두려움이 아닌 하나의 현상이요 하나님께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였을뿐이다.
권사님의 장례는 그야말로 천국잔치였다.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 분처럼 살기를 소망했고, 천국에 대한 소망을 굳게 하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웰 다잉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의 은혜 가운데로 깊이 들어가는 신앙의 여정이라 하겠다.(요11: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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