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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야 할 신앙색 김승규 201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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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야 할 신앙색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던 어느 해 겨울, 나는 울산의 전문 클래식 커피숍에서 거주하며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커피숍의 주방을 맡아보았던 분이 기억난다. 커피숍 전문 주방장, 오늘날로 이야기한다면 전문 바리스타라고 해야 할 그 사람은 키가 작고 눈매가 날카로운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나는 그가 보고 있는 책들을 주목하게 되었다. 가정형편으로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든 사람정도로 생각했던 그가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나 가까이 할 전문 서적들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이상의 문학세계’와 당시만해도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형식의 틀을 깨뜨려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려했던 소설계의 이단아, 장정일의 작품에 깊이 매료된 듯 보였기 때문이다. 또 그는 틈나는 대로 시를 습작하기도 했는데 그가 써내려간 시들은 한결 같이 우울하고, 금방이라도 절망의 울음을 쏟아낼 듯 한, 조금의 희망조차 용납할 수 없는 회색빛 차가운 도시의 느낌이었다. 3개월 정도의 시간을 함께 하다가 군 입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그가 나에게 한 말은 “너는 특별히 좋은 가정과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것도 아닌데 생각하고 생활하는 모든 게 참 밝고 긍정적이다.”는 것이었다.

대략 5년 전쯤 나는 제주도의 중산간 지역 폐교에 자리잡은 한 사진 갤러리에서 이런 묘한 분위기, 외롭고 쓸쓸하며 점점 더 깊은 고독속으로 안내하는 듯한 사진을 접하게 된다. 그 사진작가는 서울 한양공고를 졸업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85년부터 제주도에 눌러 앉아 2005년 49의 나이에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마감하기 까지 20년의 세월을 제주도의 오름과 마라도 사진을 찍었던 김영갑이다. 다른 이들이 가족의 부양을 위해, 사진을 찍기 위한 비용을 위해서라도 결혼사진을 찍어주고 여행자들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였던 것과는 달리 그는 필름 한 통 구할 수 없을 만큼의 지독한 가난과 싸우면서도 오직 자신이 추구하는 사진세계를 고집했다. 결혼을 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사진의 특징은 파노라마식 길고 긴 가로형 사진들이라는 점, 제주도의 오름과 마라도를 집중적으로 찍었다는 점, 그리고 아침과 저녁으로 달리보이고 계절을 따라 달라지는 스산한 오름(산봉우리의 제주도 방언)의 사진속에는 사람이나 움직이는 그 어떤 동물도 등장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런까닭에 그의 사진이 주는 묘한 느낌은 차갑고 무척이나 쓸쓸하며 힘차게 뛰던 맥박까지도 가라앉게 만드는 회색에 가깝다. 사진을 위한 그의 치열한 작가 정신은 정말 높이 살 수 있으나 그가 사랑하고 추구한 사진들에 대하여는 예스라고 말할 것 같지는 않다. 

신앙인의 삶, 신앙인의 색깔을 굳이 비유한다면 무지개색이 아닐까 싶다.

화려함, 따뜻함, 희망을 노래하면서도 차분한 삶의 점검을 요구하는 듯 하고, 모든 색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고 있기에 그렇다.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지, 내 삶의 현장에서 어떤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살펴보라. 단색은 단색 나름대로 좋지만 무지개색이 좋은 것은 서로 다른 색깔의 성도들이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은 결국 아름다운 조화의 무지개색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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