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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가위를 맞으며 김승규 201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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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가위를 맞으며
(2010.9.19)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이 낯설고 불편하며, 조금 한적한 곳을 편안하게 여기는 것은 나만의 모습일까? 게다가 차 밀리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마는 명절마다 고향 길을 찾는 이들로 인해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다시피하는 모습을 보면 가는 사람보다 보는 내가 더 가슴답답함이 느껴지니 이 어찌된 일인가? 목회자이기에 명절 지나는 것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이런 까닭에 여러 가지 이유와 핑계를 들어 다른 날 찾아뵙겠노라고 전화로 대신하곤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어느 해인가 추석 명절, 처가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밤 길은 너무도 어려웠다. 밤이 새도록 달리고 달려도 별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정도면 열 두 번도 더 왔다갔다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충분한 시간도 그날만큼은 아니었다. 내게 맡겨진 새벽기도회 시간이 점점 다가올 때에
'내가 왜 길을 떠났던고?' 하며 발만 동동 굴러야 했고, 간신히 때 맞춰 교회에 도착하여 부리나케 강단에 올랐지만 그날 어떻게 기도회를 인도했는지 그 아찔한 경험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이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걸어온 삶의 모습이다. 명절이라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게 주어지는 매일의 삶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석명절을 맞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때 만큼 마음의 여유와 설레임으로 가득한 때가 있을까 싶다. 그들은 금의환향하는 개선장군마냥 의기양양하고, 시집가는 새색시의 설레임처럼 행복감이 얼굴 가득 묻어난다. 긴 여행의 피곤함이 문제가 될 수 없고 이런 저런 삶의 문제들도 이날만큼은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리고, 고향이 주는 편안함에 모든 시름을 잊는다. 고향은 이들을 보듬어 위로하고 또 다시 분주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 이들을 격려한다. 농경시대를 벗어나 젊은이들이 떠난 시골에는 늙은 부모만이 남아 농토와 고향을 지킨다. 벌써 일을 그만두어야 할 듯 싶은데 자식들에게 줄 푸성귀하며 밑반찬과 양념재료들을 만들어주고픈 마음에 굽은 허리 아픈 것 잊고 또 한해를 살았다. 방 한켠엔 자식들에게 들려 보낼 보따리들이 한 가득 준비되어 쌓이고 그 틈 사이 손주들에게 줄 과자부스러기도 사다 놓은지 여러 날이다. 이만하면 애타게 기다린 큰 손님(?) 맞을 채비는 충분하다 싶은데......늙은 부모는 분주하기만하다.

고향에 돌아와 그것도 하루 이틀, 뒷동산의 조상묘소를 돌아보고 준비해놓은 음식을 나누면 어느새 이별이다. 그러나 이 짧은 시간들 속에 이들은 힘을 얻는다.


살아 계실 때 부모의 마음을 즐겁게, 그리고 시원하고 편안케 해드리라.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 계시다는 것 자체가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해주시는 최상의 선물이다. 우리들이 해 드릴 수 있는 최상의 효도 또한 다르지 않다. 믿음 건강한 가정으로 굳게 서 형제간에 우애하며,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다면 이 것이야말로 최상의 섬김이요 효도다.
하나님의 은총으로 가득한 추석명절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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