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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이어령) 김경훈 200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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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신론자의 기도(1)

 

하나님,

나는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촛불 하나도

올린 적이 없으니 날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사람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별 사탕이나 혹은 풍선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높이 날아갈 수는 없습니다.

너무 얇아서 작은 바람에도 찢기고 마는 까닭입니다.

바람개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보셨지요. 하나님

바람이 불 때를 기다리다가

풍선을 손에 든 채로 잠든 유원지의 아이들 말입니다.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하나님, 그리고 저 별을 만드실 때,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실 때,

고통을 느끼시지는 않으셨는지요?

 

아! 이 작은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서 코피보다 진한

후회와 발톱보다도 더 무감각한 망각 속에서

괴로워하는데 하나님은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축복으로 만드실 수 있었는지요.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지금 이렇게 경건한 마음으로

떨리는 몸짓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까닭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용서하세요. 하나님

원컨대 아주 작고 작은 모래 알만한 별 하나만이라도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감히 어떻게 하늘의 별을 만들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있겠습니까?

이 가슴 속 암흑의 하늘에 반딧불만한 작은 별 하나라도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신다면

가장 향기로운 초원에 구름처럼 희고 탐스러운

새끼 양 한 마리를 길러

모든 사람이 잠든 틈에 내 가난한 제단을 꾸미겠나이다.

좀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하나님,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 묻은 이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 손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에서도

풍금소리를 울리게 하는 한 줄의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2)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옵니다.

 

어둠의 벼랑 앞에서

내 당신을 부르면

기척도 없이 다가서시며

“네가 거기 있었느냐”고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민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마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 상처를 조금 만져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내 눈물방울이

 

그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너 혼자 거기에 있느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

 

  민아에게 전화가 왔다. 긴 전화였다. 하나님 이야기를 한다. 그 애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믿지 않던 신의 은총을 생각한다.

  무슨 힘이 민아를 저토록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그 애가 아픈 병에서 나올 수만 있다면 하나님을 믿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언어밖에는 없다. 내가 하나님과 비록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어도 그것이라면 기꺼이 하나님을 위해 바칠 수가 있다. 그래서 무신론자의 기도 두 편을 썼다.

  글- 이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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